상조정보

가는 사람·보내는 사람 ‘편하고 든든하게’(한경비즈니스

기순 2007. 10. 10. 08:56

한경비즈니스(한국경제신문) 2007/09/24 - "상조업이 뜬다"기사 시리즈1.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문제인 동시에, 외면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연로한 부모님이 걱정스러운 맏이 입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핵가족 시대인 요즘 젊은 층 가운데 장례 의례에 대해 알거나 경험해 본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평소 접하지 않는 물품들을 사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그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세태와 맞물려 요즘 급속하게 세를 확장하고 있는 업종이 있다. 바로 상조업(相助業)이다. 상조업은 원래 결혼, 장례 등 가정의례에 관한 일체의 물품과 용역,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상조 회사 상당수는 장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상조 회사=장례 서비스 회사’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상조 회사들이 내놓은 장례 서비스 상품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회원이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장례가 필요할 때 언제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관, 수의 같은 용품에서부터 전문 인력, 차량 지원까지 상품 내용에 포함된다. 서비스 대상자를 양도 양수할 수도 있다. 특히 장례 절차 전반에 전문가(장례지도사)가 참여해 예법에 차질이 없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최명호 현대종합상조 상무는 “상조 회사는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면서 “회원은 장례 서비스 상품을 선불식 할부 거래로 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가격은 서비스 내용과 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60만 원짜리부터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가입하는 상품은 계좌당 200만~400만 원선에 가격이 책정돼 있다. 이들 상품에 가입하면 매달 1만~5만 원을 5~10년간 납부해 총액을 채우게 된다. 만일 납입 도중 장례 서비스를 받게 된다면, 총액 가운데 미납한 금액만 추가로 내면 된다.

상조 회사는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이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돈을 내고 있는 회원 수는 100만 명을 훨씬 웃돈다. 자사 회원이 10만 명이 넘는다고 밝히는 업체만 해도 10여 개사에 이른다. 상품당 평균 가격을 300만 원이라 가정할 때 시장 규모는 3조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매년 10만 명 이상이 신규로 가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사망 등 인구 사이클에 따라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께는 1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선불식 할부상품… 일본이 ‘원조’

상조업은 지난해부터 유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장지 선택, 이장 등에 좋다는 윤년을 맞아 관련 산업 경기가 살아난 게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방에 적을 두고 있던 업체들이 하나둘 서울로 본사를 옮기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게 도화선 역할을 했다. 관련업계는 요즘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보람상조 등 대표 업체들은 2004년 이후 서울로 본사를 옮기고 나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미디어 광고를 늘리고 드라마 제작 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홈쇼핑에도 파고들고 있다. 현대종합상조는 지난 한 해 동안 현대홈쇼핑에서 6만 계좌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하는 CF 제작이 이어지고 있다. 보람상조는 탤런트 전광렬을 기용해 주수요층인 40대에 어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종합상조는 아나운서 이창호가, 효원라이프는 탤런트 이순재가 광고 모델이다. 최근 20~50대의 폭넓은 관심을 얻기 시작, 급속도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것도 이런 마케팅 활동의 영향이 크다.

상조업은 원래 일본에서 건너왔다. 1947년 태동한 일본 ‘상조회’가 모델이다. 선불 식 할부로 비용을 내고 관혼상제 시 지원을 받는다는 게 원형이다. 일본에선 전 국민이 상조회 계좌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필수’로 통한다. 시장 규모는 우리의 10배 규모인 30조 원 정도다.

국내에는 1982년 부산에서 부산상조가 설립되면서 태동했다. 이후 25년 동안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발달, 현재 영업 중인 상조 회사 가운데 70%가량이 부산, 경남에 원적을 두고 있다. 이런 특징은 상조 회사 회원 가입 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산 지역에서 상조 회사에 가입한 사람은 인구 대비 13%, 마산 11~13%, 울산 10%에 달하지만 서울은 1%에 불과하다.

처음 도입될 때 상조 회사는 장례비용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회사도 사단법인 형태를 띠어 지금의 업태와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회원에게 돈을 지급할 경우 보험업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외환위기 이후 물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사업 모델이 바뀌었다.

상조 상품은 미리 돈을 내면서 미래의 알 수 없는 일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도 이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상조 회사 효원라이프와 함께 ‘웰엔딩보험’을 출시했다. 종신보험 형태로 미래에셋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주고 효원이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또 농협, 흥국생명 등에서도 상조 보험 또는 장례 보험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상조 회사와 제휴, 역할을 나누는 식으로 운영된다.

상조 회사 입장에선 보험과의 접목을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 상조 업체 관계자는 “장례 서비스가 어둡고 영세한 이미지가 많아 제도권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신뢰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상조 회사 상품과 보험 접목 상품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자세히 검토 후 가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여 업체 경쟁… 시장 ‘쑥쑥’

상조업은 이제 성장기 초입에 들어선 새로운 업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동된 지 25년이나 지났지만 산업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품과 함께 장례 절차 전반에 대한 조언과 안내, 다시 말해 ‘서비스를 판다’는 게 특징이다. 일종의 신사업 모델인 셈이다.

이런 상조 상품의 보급으로 향후 장례 문화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예약 시스템’의 확산이 장례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웰엔딩’을 사전에 준비하는 이가 늘고 있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하면서 부작용도 빈발하고 있다. 회사 설립에 별다른 규제가 없어 진입 장벽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렇다 보니 검증 안된 업체가 회원을 모집해 돈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실제로 자본금 1억 원 이하인 회사가 80%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상조 회사 관련 상담은 2000년부터 2005년 8월까지 562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만 509건, 올 1분기에만 184건이 접수돼 갈수록 불만과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제기하는 상담은 ‘중도 계약 해지에 따른 사업자의 과다한 위약금 요구’가 64.6%로 가장 많았다. 또 ‘소비자의 계약 철회 요구 거절(4.8%)’, ‘사업자의 도산으로 인한 장례 서비스 미이행(3.9%)’도 적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상조업이 생소한 일반 소비자들이 특정 회사를 지명하면서 신뢰성 유무를 묻는 질문이 20.7%나 차지했다는 점이다. 상품에 대해선 관심이 크지만 믿을 만한 회사를 찾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내용이 다양하다. 가장 난감한 것은 해당 회사가 도산한 경우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영희 씨(가명)는 2001년 6월에 ○○상조 회사에 월 3만 원, 5년납으로 180만 원짜리 상조 상품에 가입하고 총 108만 원을 납입했다. 그러나 최근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연락을 취하니 폐업했다는 소식이 돌아왔다. 이 경우 해당 사업자를 찾아내지 않으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 고의 부도 처리돼도 선불 또는 할부금 형식으로 납부한 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부산에 거주하는 우정숙 씨(가명)는 1992년 12월 ○○상조에 계약한 후 매달 2만 원씩 총 100만 원을 불입하고 중도 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해약 환급금이 불입액의 60%라고 하면서 60만 원만 돌려줬다. 약관 등 근거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답변이 없었다.

상조 회사들의 영업 방식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각지에 지사와 영업사원을 두고 있는 상조 회사들은 1계좌 판매 시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받는다. 많은 경우 상품 가격의 25%를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 결국 영업비용 증가가 과다한 위약금 청구,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 ‘시급’

상황이 이러니 상조 회사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회원 규모와 서비스 제공 실적이다. 그나마 큰 회사일수록 재무 상태 등이 상대적으로 탄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약관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중도 해지 시 불리한 규정이 없는지, 피해 발생 시 구제 방안이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곧 발표할 예정인 156개 상조 업체 약관 조사 결과를 참고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상조업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법적인 규제도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미 △상조업을 규율할 법제 마련 △불공정 약관 시정 △소비자 피해 보상 기준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히 미리 대금을 내고 나중에 서비스를 받는 상품인 만큼 보증 시스템이 절실한 상태다. 한 상조 업체 관계자는 “자유업이다 보니 소비자 보호에 대해선 무방비나 다름없다”면서 “상조업을 규율하는 법률부터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할부판매법’에 영업 보증금 공탁 제도와 승계 요건을 명시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