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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드라마 대장금속의 리더쉽

기순 2006. 7. 1. 12:01

"앞으로도 이 여인은 시대와 불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말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왜 안되냐고."
"저는 커서 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예쁘고, 음식도 잘 하고, 사람들을 살리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몇 해전 큰 인기를 누렸던 TV 드라마 ‘대장금’ 마지막 회의 대사다. 아마도 이 대사가 내게 인상적으로 와 닿았었던가 보다. 며칠 전 책상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빛 바랜 누런 종이에 이 대사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당시 대장금의 인기만큼이나 드라마 속 등장 인물들의 리더십 이야기로 분주했었다. 한상궁 리더십, 정상궁 리더십, 장금이 리더십 등 주요 인물과 이 시대의 리더십을 비교 분석해 보는 재미있는 글을 종종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장금이는 리더십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주인공이었다. ‘시대와 불화할 것 같은 여인, 그러나 예쁘고, 음식도 잘 하고, 사람을 살리는 이 여인’은 우리가 바라는 리더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드라마 속의 장금이는 완벽한 자수성가형 리더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과 노력, 의지만으로 신분의 경계를 뛰어 넘었다. 그녀에게 세상에 하지 못 할 불가능한 일은 없어 보인다. ‘뜻이 있는 곳에서 길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도 자수성가형 리더의 전형이다. 자립형 리더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즉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근하고 정이 간다.

 

또한 그녀는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여리고 예쁜 겉모습과 달리 장애와 난관에 굴하지 않는 투지와 집념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함과 동시에 성취와 감동이라는 흥분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장금이의 뛰어난 능력은 지칠 줄 모르는 학습욕구에서 나온다. 새로운 것, 지식, 정보, 앎에 대한 탐구력과 집중력, 그리고 끈기 있는 모습은 저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다. 학습능력 자체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쉼 없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 자신의 게으름.

 

그러나 장금이 리더십의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는 그녀가 가진 ‘선한 것’, ‘옳은 것’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에 있었다.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리와 부정축재에 지친 우리로서는 장금이의 선함과 청렴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곤 했다.

 

이처럼 타고난 재능에 노력을 겸비한,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했던 장금이가 리더로서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금이를 보면서 중요한 리더십 역량 한 가지를 쉽게 지나쳐 버렸다. 그것은 바로 ‘살림 리더십’이라는 리더십 역량이다.

 

장금이가 갖는 리더로서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살리는 리더’라는데 있다. 사람을 살리는 리더가 단순히 의술과 음식을 통해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먹여 살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살림 리더십’에서 ‘살림’의 의미는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처럼 사람을, 일을, 조직을 돌보고 키우고 보살피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살림’을 위해서는 올바른 철학과 윤리가 필수적이며,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일상에서 지극한 배려와 관심, 보살핌을 수반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살림의 능력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몰입에서도 나타나며,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보여지고, 조직 전체의 운영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장금이의 리더십 모델은 사람, 일, 조직을 말 그대로 살려내는 ‘살림 리더십’이었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사람을 살리고 조직을 살리는 ‘살림 리더들’이 있다. 이들은 구성원들의 기를, 자신감을, 의지를, 도전정신을 살려 준다. 칭찬과 격려, 적절한 보상과 피드백을 통해서 말이다. 이렇게 해서 구성원 개개인이 제대로 살아나게 되면 조직의 성과 향상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리더는 조직을 활성화시켜 살아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능력 또한 가지게 된다.

 

반면에, 사람을 죽이고 조직을 죽이는 리더가 있다. 구성원들의 기를, 의욕을, 신뢰를 죽이고, 의지를 꺾는다. 권위적인 언행과 부정적 사고방식, 비효율적인 일 처리, 혁신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비윤리적 행동을 통해서 말이다. 사람을 죽이는 리더는 결과적으로 조직 운영과 성과 향상에서도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일반적인 리더십 논의에서 ‘살림’의 가치, ‘돌봄’의 가치, ‘배려’의 가치는 거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살림, 돌봄, 배려는 비경쟁적이며 비경제적이고 약자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의 것, 어머니의 전유물, 가족이나 개인적 관계에 국한된 것으로 오해했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살림’의 가치가 리더의 기본 덕목이며,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학기 리더십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리더는 진정한 리더가 아니다.’ 인간적인 리더는 나와 타인이 함께 행복한 조직을 꿈꾼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매너와 도덕, 윤리,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충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일 수 있으며, 원칙을 지키면서도 따뜻할 수 있다.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는 역사에서 보이지 않았던 여성을 재현해 내었다는 의미와 더불어, 리더십에 대해 또 다른 화두를 던져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드라마 속 장금이의 모습이 우리 안에 오래도록 살아 남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부자연구소
글쓴이 : 황금마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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